[뉴스] ‘퀸’ 브라이언 메이의 또 다른 이력은 ‘천체물리학자’... 왜 많은 물리학도들은 음악에 빠졌을까?
작성자 Focus Swiss

한국은 지금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이다. 박스오피스 역주행 신화 속에서 관객수 800만을 넘어섰고, 퀸의 본고장 영국의 누적 수익을 상회했다. 이제는 1000만 관객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그 열풍 속에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는 물론 멤버들의 이력과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 가운데 퀸의 리드기타 브라이언 메이는 독특한 이력으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는 천체물리학 박사다. 놀라운 건 뮤지션들 중 물리학도 출신들이 메이 이외에도 제법 있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물리학과 음악은 무슨 연결고리가 있기에 그럴까. 참 흥미로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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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리드기타 브라이언 메이는 지난 2007년 천체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본 독자라면 프레디 머큐리(라미 말렉 분)와 브라이언 메이(귈림 리 분), 로저 테일러(벤 하디 분)가 처음 조우하는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메이와 테일러는 ‘스마일(퀸의 전신)’이란 스쿨밴드의 일원으로서 각각 본인의 전공이 천체물리학과 치의학이라고 소개한다. 

이는 실제와도 같다. 음악도 잘하는 이 친구들이 알고 보니 엘리트였다는 사실에 독자들은 좀 놀랐을 것이다. 또 다른 멤버인 존 디콘 역시 전자공학도였으며, 전설 머큐리는 명문 예링예술대학의 디자인학도였다. 만약 이들이 뭉치지 않았다면 각각 물리학자나 의사, 제법 잘나가는 디자이너 등 엘리트의 길을 걷고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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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메이의 박사학위 논문.  

그 중에서도 리드기타 메이는 ‘천체물리학도’였다. 퀸에 본격적으로 합류하며 음악활동을 시작했을 때 즈음 메이는 이미 석사학위를 따고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중이었다. 그저 학부생 수준을 넘어 학도로서 물리학을 진지하게 연구한 셈이었다. 
 
결국 메이는 학문의 길을 접고 뮤지션의 길을 걸으며 ‘전설’이 된다. 하지만 그의 학문에 대한 열정은 여전했다. 메이는 2002년 명예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급기야 2007년엔 30년 만에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을 완성하며 정식으로 박사가 됐다. 
 
메이는 존 무어스 대학교의 총장(명예직)을 역임하기도 했으며, 자신의 모교 임페리얼 칼리지 소속 런던 천문학 연구소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천체물리학에 대한 그의 자부심은 대단해서, 평소 인터뷰에서도 자신을 ‘물리학자’라 소개하기도 했다.  

한결같은 그의 굴곡진 장발과 명석한 두뇌 탓에 팬들은 메이에게 ‘데카르트’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이 때문에 그의 팬 페이지나 영상 링크 하단엔 ‘데카르트가 기타를 친다’는 우스갯소리가 달리기도 했다.  

재밌는 건 브라이언 메이 외에도 물리학을 공부하다 뮤지션으로 업을 갈아탄 케이스가 제법 많다는 점이다. 한국이 사랑하는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 역시 물리학도 출신이다. 어려서부터 유키는 피아니스트를 꿈꿨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정식 음악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가 물리학을 공부하게 된 것도 가정형편 탓이었다. 그는 다행히 학문에도 소질이 있었고, 등록금이 비교적 저렴한 도쿄공업대학 물리학과에 입학했다. 어쩔 수 없이 들어간 대학이지만, 유키는 학문에 재미를 붙여가며 석사과정까지 밟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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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는 도쿄공업대학 물리학과 석사 출신이다. 사진=유키 구라모토 공식 홈페이지  

 

 

유키 구라모토의 예전 악보집에 실린 그의 짤막한 인터뷰에는 ‘물리학’에 대한 본인의 생각이 담겨 있다. 유키는 당시 인터뷰에서 “물리학을 공부한 게 음악인으로서 매우 많은 도움이 됐다”라며 “음악에는 규칙이 있고, 물리학은 ‘규칙’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서로 공통점이 많다”라고 귀띔했다.  

한국 가요계의 ‘음유시인’이라 불리는 루시드폴의 전공은 물리학의 이웃학문이라 하는 화학이다. 정확히는 응용화학이다. 루시드폴은 뮤지션으로 꾸준히 활동하면서도 스웨덴 왕립공과대학과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 등에서 유학 생활을 지속했고, 결국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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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의 음유시인 루시드폴은 학업을 마친 2009년 뮤지션 전업을 선언했다. 출처=안테나


루시드폴은 아주 실력 좋은 과학도였다. 그는 유학시절 실력을 인정받아 2007년 스위스 화학회에서 주어지는 ‘최우수 논문상’을 받기도 했으며, 이듬해엔 연구 결과를 인정받아 미국 약품 특허를 취득하기도 했다. 뮤지션의 길을 굳이 걷지 않고 학자의 길을 택했어도 제법 경쟁력이 있던 인재였다. 

 


루시드폴은 학위를 마치고 2009년부터 전업 뮤지션을 선언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때때로 그는 절친한 동료이자 소속사 대표 프로듀서인 유희열로부터 ‘쓸데없이 가방끈만 긴 뮤지션’이란 놀림을 받곤 한다.  

팝의 본고장 영국의 유명 밴드 ‘디 림’의 브라이언 콕스는 반대의 경우다. 콕스는 밴드의 키보디스트로서 큰 성공을 거둔 뮤지션이었다. 깔끔한 외모로 팬들의 사랑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콕스는 결국 자신의 전공인 입자물리학을 계속 공부했고, 지금은 학자이자 교육자의 길을 걷고 있다. 
 

현재 콕스는 맨체스터 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이며 영국 유명 TV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며 대중 과학 강연가로서도 주목받고 있다. 

 
이밖에도 제법 많은 물리학도들이 뮤지션의 길로 빠지거나 겸업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멀 것만 같은 음악과 물리는 도대체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것일까.  
 
사실 음악과 물리는 전혀 관계가 없는 분야만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상당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앞서 유키 구라모토의 인터뷰에 힌트가 들어 있다.  
 
물리학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체의 여러 현상들을 연구한다. 핵심은 보편타당한 규칙성이다. 물체의 운동과 그 실체를 탐구하고 그것에 깃든 규칙성을 논리적으로 밝혀내는 것이 물리학이다. 

재밌게도 음악은 소리라는 물리적 현상에 기반 한다. 소리는 파동의 빈도와 크기로 이뤄져 있다. 파동의 빈도를 Hz(헤르츠, 초당 진동 수)라 하고, 그 크기를 dB(데시벨)이라 한다. 음악은 그 소리의 조합이다. 그 조합은 화음과 멜로디, 그리고 리듬이란 개념으로 구성된다. 어쩌면 뮤지션은 (대부분은 물리학적 개념으로 이를 이해하지 않겠지만) 그 물리학적인 조합 속에서 곡을 구성하고 연주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엔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대중과학서적도 출간됐다. 스테판 알렉산더의 ‘뮤지컬 코스모스’란 책이다. 저자는 브라운대의 물리학 교수다. 그는 2013년 미국 물리학회장상을 받기도 한 수준급의 물리학자다. 저자는 또한 색소폰을 주로 다루는 재즈 뮤지션이기도 하다. 

 

그는 앞서의 저서를 통해 과거서부터 이어져온 음악과 우주의 물리적 연관성에 대해 소개한다. 그는 과거 피타고라스, 뉴턴, 아인슈타인 등 과학자들이 연구해 온 음악의 물리학적 특성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본인의 연주를 통해 그 안에 숨겨진 물리학을 최근 개념으로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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